[인터뷰+] '에이틴'·'SKY캐슬'과 다른 '인간수업' 김동희

입력 2020-05-07 12:26   수정 2020-05-07 12:28



'또 교복'이 아니었다. 'SKY캐슬'과 '에이틴' 시리즈에서 모범생 역할을 도맡아 하던 김동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서 이전과는 또 다른 고등학생을 보여주는 것에 성공했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 지난 29일 공개 이후 탄탄한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희는 평범한 학생이 되고 싶은 지수 역을 맡았다. 지수는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돈이 필요할 때만 집을 찾아 사실상 유기된 아이다. 평범하게 공부하고, 대학도 가고 싶어서 돈을 벌기 위해 조건 만남 앱을 만들어 극을 이끈다.

김동희는 학교에서는 품행이 단정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조건 만남 앱을 이용해 돈을 버는 과감한 행동을 하는 지수의 이중적인 모습을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작년 8월을 마쳤는데 이제 보니까 느낌이 다르다.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나 답지 않다'는 감정도 많이 느끼고 있다. 그냥 지수라는 인물 자체가 낯설고, 이런 칭찬도 기분 좋지만 날설다. 제가 지수를 잘 표현했다고 쉽게 말하긴 힘든 거 같다. 제가 봤을 땐 부족한 모습만 보이고. 아직은 배워나가는 과정같다.

▲ 고교물이지만 관람등급은 '청불'이고 민감한 소재를 다뤘다. 출연에 망설임은 없었나.

있었다. 그럼에도 '인간수업'은 배우를 꿈꾸면서 봐왔던 시나리오, 작품들과는 전혀 달랐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

▲ 극중 지수가 하는 행동은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인물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신경쓴 부분이 있을까?

지수라는 캐릭터에 깊게 빠지지 않으려 했다. 이해하려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힌 적도 많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지수에게 이입이 될 때도 있고, 벗어날 때도 있는데 저는 이입해서 이 드라마를 보면 찝찝해서 그 감정도 여러번 느꼈다.

▲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어떻게 지수를 바라봐야 할까.

개인적으로 관찰자적인 시점에서 지수를 봐 주셨으면 한다. '얘네가 어떻게 해야 하나' 보다 보면 결말이다. 지수에게 이입이 되면 안될거 같다. 지수에게 이입이 돼 안타깝거나 불쌍해보이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러면 찜찜해진다. 저도 보면서 '내가 왜 얘를 옹호하고 감싸야 하나' 싶었다.

▲ 지수는 포주인가, 관리자인가.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

지수를 연기할 땐 이기적인 마음만 먹었다. 내 목표, 내 목적만 바라보고 내 꿈을 위해 달려나가는 친구라고 봤다. 내 스스로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 범죄 미화라는 우려도 있었다.

보고나서 찝찝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는데 그게 맞는거 같다. 미화는 아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한 거 같다.

▲ '인간수업'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저도 청소년을 지난지 얼마 안됐지만, 그때 이미 '난 어른'이라 생각하고 행동했다. 청소년은 그래서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어른들의 관심과 보호가 더 필요하다. 작품할 때 1순위로 생각이 들었던 건 '이걸 보고 어른들이 많이 생각하고, 자녀들에게 관심을 쏟고, 혹시 모를 범죄를 없앴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최근 그런 사건(N번방)이 터지고,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장면을 꼽는다면?

민희(정다빈)에게 펑펑 울면서 사과하는 장면이다. 찍기 전엔 그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더라. 김진민 감독님이 "너라면 할 수 있다", "지수로 집중해라" 이렇게 응원해주시고, 시간도 주셨다. 반나절을 넘게 그 장면을 찍었다. 10번도 넘게 에너지 100%로 펑펑 울어서 끝나고 나선 기운이 쏙 빠졌다. 그래서 그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다.

▲ 지수를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에서는 배우로서 어떻게 극복을 하고 연기를 했나.

후반부로 갈수록 지수의 감정을 정해놓고 그 장면, 그 상황에 몸을 맡겼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최대한 그 분위기에 집중해 느끼려 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잘 끌어주셨다. 그게 정말 컸다. 제가 철저하게 계산해서 연기한게 아니다. 그 상황에 던지고 나오는 감정을 감독님과 함께 건져냈다.

▲ '인간수업'을 통해 본인이 새롭게 발견한 얼굴이나 표현이 있었나?

저한테도 이런 얼굴이 있구나 깜짝 놀라는 장면이 많았다. 제가 아닌 모습, 나 같지 않은 그런 걸 봤다. 살면서 처음 느낀 감정으로 연기를 하니까 그런 얼굴도 처음 본 거다. 저에겐 너무 뜻깊었다. 앞으로 열어놓고 자신감있게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

▲ '인간수업'을 보다보면 N번방 사건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더라.

저도 깜짝 놀랐다. 겹치는 부분도 있고. 이 작품을 통해서 더 좋은 계기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더욱 엄중하고 엄격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

▲ '인간수업'이 '급식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평에 대해 어떻게 보나.

저도 사실적이라는 생각은 많이 했다. 저는 제 또래에 비해 신조어를 잘 모른다. 대본 보면서도 '뭔가'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런데 저희반 배우분들이 에너지 넘치게 잘해줘서 쉬는 시간, 게임할 때 이런 모습이 사실적으로 담긴거 같다.

▲ 또래 배우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전까지 작품에선 거의 제가 막내라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는데 '인간수업'에선 여러 이유로 그러지 못했다. 지수로서 긴장도 많이 해야했고, 부담감도 있었고,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규리 역의 박주현 누나와는 촬영 시작 전에 카페에서 만나 대본도 읽고, 친해졌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더 잘지낼 수 있었던 거 같다.

▲ 최민수, 박호산, 박혁권 등 선배들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박혁권 선배는 카메라 앞에 서기 전까지 계속 고민하고, 대사를 곱씹으시더라. 최민수 선배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셨다. 현장에서 리더십과 카리스마, 에너지가 멋있게 느껴졌다. 박호산 선배는 제가 막힐 때마다 조언도 해주시고, 설명도 해주셨다. 본인 아들을 대입해서 말해주시더라. 그래서 소중한 기억들이 많다.

▲ 지수라는 캐릭터도 복합적인 감정과 이중적인 모습 때문에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이중성에 대해 고민했다. 여러 관계에 오는 인물에 대한 태도, 감정, 어투가 다 있는데 지수는 어느 집단에도 속한 곳이 없기 때문에 다르다고 봤다. 또 지수는 자신의 목적의식이 뚜렸하다. 그걸 이루기 위해 학교에서 조용히 지내는 거라서 연기를 하면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선 어렵지 않았다.

▲ 지수에게 '인간수업'은 뭘까?

선택과 책임같다. 범죄가 됐든, 뭐가 됐든 자신의 선택이고 그걸 책임질 줄 알아야 하는데 지수는 책임질 수 없는 상태 아닌가. 나이도 어리고. 그런 선택을 해서도 안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순간 지수가 참 괴로워 하는데 그런 면에서 '인간수업'을 받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 '에이틴', 'SKY캐슬', '인간수업'까지 모두 모범생을 연기했다. 실제 고등학교 생활은 어땠나.

저는 예술고등학교를 다녔다. 사실 노래를 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예고를 가겠다"고 했다. 연극영화과에서도 노래를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다.(웃음) 그래서 1학년 땐 방황을 했다. 그러다가 뮤지컬 오디션을 보고, 열정 가득한 학생이 됐다. 열심히 하다보니 학교 선생님들이 예뻐해주셔서 홍보책자 표지모델도 하고. '모범생'은 아니지만 열정은 가득했다. 항상 마지막까지 연습실에 있던 학생이었다.

▲ 출연하는 작품마다 잘 됐는데, 이런 화제작에만 출연하는 비결(?)이 있다면?

저도 궁금하다.(웃음) 마냥 운이 좋은 건지, 제 촉이 좋은 건지. 잘될 거라 생각하고 시작한게 아니라 끌려야 선택을 하고, 도전하고 부딪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안목이 좋고 대본을 잘봐서 그런건 절대 아닌 거 같다.

▲ 작품에서 역할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확실이 역할이 커지니 부담이 됐다. 그래도 굉장히 즐겁게 연기했다. 힘들었지만 과정은 재밌었다. 촬영장에서 신기한 경험도 많았다. 조명, 카메라의 구도와 각도 등도 다르더라.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배우면서 즐겼다.

▲ 공교롭게도 계속 교복을 입고 있다. 교복 입은 학생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부담은 없나.

저도 고민이 많았다. 교복을 입을 수 있는 순간까진 언제든 열어놓고 입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이제는 든다. 예전엔 '너무 입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 할 수 있을때 학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지수도 교복은 입고 있지만 이전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캐릭터 아닌가. 앞으로도 그런 캐릭터가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다.

▲ 열린 결말 때문인지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결말을 여러 버전으로 찍었다. 그래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시즌2는 아직 들은 이야기가 없다. 저도 작가님께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다. 저도 많이 생각해봤다. 지수가 새로운 조력자를 만날수도 있고, 지수와 규리가 떠돌이가 될수도 있고, 벌을 받을 수도 있고. 둘 중 하나가 배신할 수도 있고. 여러 스토리가 떠오르는데 지수를 연기하다보니 지수 입장에만 떠오른다. 어쨋든 시즌2가 한다면 무조건 참여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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